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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1억 어디로?”…책임 떠밀기 잼버리 배우겠다고 크루즈까지…99번 해외출장 공무원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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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성최 2023. 9. 7.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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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1억 어디로?”…책임 떠밀기 잼버리 배우겠다고 크루즈까지…99번 해외출장 공무원 폭로

온라인 커뮤니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파행을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컨트롤타워 부재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개막을 앞두고 이를 명목으로 지난 8년간 관계 기관 공무원들이 99번의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보고서 뜯어보니...

채널A

2023년 8월 7일 중앙일보는 "전날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서 새만금이 한국스카우트연맹으로부터 국내 유치 후보지로 결정된 2015년 9월 22일 이후의 해외 출장을 전수조사한 결과"라며 보도에 나섰습니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은 공무원의 국외 출장 기록을 등록하는 데이터베이스(DB)로, 매체는 "구체적으로 출장 보고서 제목에 '잼버리'를 적시한 기관은 5곳"이라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전라북도가 55회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부안군 25회, 새만금개발청 12회, 여성가족부 5회, 농림축산식품부 2회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무원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매체는 "해외 출장 목적은 세계스카우트 총회에서 새만금이 최종 개최지로 선정된 2017년 8월 16일을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 양태를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후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지로 최종 확정되기까지 약 2년 동안엔 54회의 해외 출장이 있었는데, 대개 유치전 성격이었다. 유치 후엔 선진 문물 탐방 목적의 출장이 많았다"라고 부연했습니다.

 

겉으로 봤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보고서 세부 내역을 뜯어보면 부실한 출장이 많았다는 전언, 매체는 "2018년 5월 전라북도는 '세계잼버리 성공개최 키맨 면담 및 사례조사를 하겠다'는 목적으로 5명의 공무원이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6박 8일간 방문했는데, 실제 잼버리와 관련된 일정은 첫날 유럽스카우트 이사회 전(前) 의장 면담, 둘째 날 세계스카우트센터 방문 외엔 전혀 없었다"라고 예시를 들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셋째 날부터 이들은 인터라켄과 루체른 등 스위스의 유명 관광지를 찾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베네치아를 방문했습니다.

매체는 이를 두고 "애초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세계 잼버리를 개최한 적도 없는 곳인데, 이들은 '국외 사례에 따른 시사점'이라며 새만금과 연결하려 했다. '새만금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처럼 차별화된 도시로 건설하여 후세에게 물려주는 방안 추진이 필요하다' 같은 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매체는 "또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 등 자신들이 찾은 관광지에 대한 설명은 2014년에 보도된 한 지역 언론의 여행 기사 내용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베껴 넣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공무원 아닌 군의원도

온라인 커뮤니티

2019년 10월 부안군 공무원 4명이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로 10일간 떠난 출장도 세부 일정을 보면 외유성 출장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출장 목적으로는 "영국의 잼버리대회 개최지 연구 및 파리의 우수축제 연구"라고 기재했으나 런던은 103년 전인 1920년에 세계잼버리를 열었고, 파리에서는 개최된 적이 없습니다.

매체는 "출장 일정표도 영국 버킹엄궁전·웨스트민스터사원, 프랑스 몽마르뜨 포도 축제, 몽생미셸 수도원 방문 등 관광 코스로만 짜여있다. 보고서엔 '느낀 점'도 써넣었는데 '몽마르뜨 언덕에서 와인 시음행사, 부안군의 대표 축제인 마실 축제에 접목할 방안 고민' 같은 식이었다"라고 첨언했습니다.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잼버리를 명목으로 크루즈 여행을 가기도 했으며, 부안군은 잼버리와 별개로 크루즈 기항지 조성을 추진 중인데 잼버리 개최가 확정되자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을 통한 잼버리 개최지 홍보"라는 명목으로 관련 출장을 두 차례 떠났습니다.

 

이들이 떠난 '크루즈 출장'은 2019년 10월 중국 상해에서 최장 6박 7일간 크루즈 팸투어(13명), 2019년 12월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 전망대 및 지룽(基隆) 크루즈 터미널 방문(5명)이 있습니다.

2016년 12월 12일부터 전라북도 공무원, 한국스카우트연맹 관계자 등 5명은 12일간 벨기에·이탈리아·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체코 등 5개국을 '유치활동 목적'으로 떠났는데 "유럽에서 스카우트연맹 및 대사관과 면담하였으나 대외비 및 정보 보안 문제로 보고서 미등재"로 등록, 이처럼 출장을 가놓고 "대외비"라며 보고서를 올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왼) New York Post / (오) 공무원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이한수 의장 등 공무원이 아닌 부안군 군의원 5명과 의회 사무과 직원 3명 등 8명은 2019년 7월 25일부터 9박 11일 동안 미국 잼버리로 출장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출장 목적에 "미국 잼버리를 직접 참관하고 운영 사례를 습득하기 위해서"라고 썼지만, 정작 잼버리가 열린 찰스턴에 있던 기간은 이틀에 불과했습니다.

남은 기간을 찰스턴과 한참 떨어진 뉴욕과 워싱턴DC에서 보낸 이들은 자유의 여신상·월스트리트·첼시마켓·타임스퀘어 등을 방문했으며, 책정된 출장 경비는 3,294만 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직위원장이 5명인데... “컨트롤타워의 부재

YTN

2017년 8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연행 총회에서 2023 세계 잼버리 대회의 개최지로 새만금 유치가 결정된 이후 준비 기간까지는 6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 대표단이 퇴영 결정을 내리면서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사실상 파행 국면을 맞았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와 벌레 물림 환자가 속출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총괄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라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MBC

이번 대회 유치활동 결과보고서를 보면, "개최지의 8월 최고기온인 36도를 웃도는 점을 감안해 조경 및 시설물 설치를 통해 그늘이 있는 휴식장소를 확보할 것"이라 명시돼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간척지에 가장 잘 자라나는 나무를 잼버리장 곳곳에 심어 풍성한 숲 공간이 조성하고, 서브 캠프 안에 음료공급 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할 계획이며 우기 시 배수가 잘 될 수 있도록 토질개선 작업 및 배수로 시설 설비를 확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휴식장소를 위한 시설물 설치, 숲 공간 조성, 배수로 시설 설비 모두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YTN

이 같은 상황에 다다르자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 예행연습 무산 등으로 이번 대회의 실패가 이미 예정됐다"라는 비판도 곳곳에서 제기됐습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상 새만금 잼버리의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이지만, 잼버리 조직위원장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으로 구성돼 있어 이에 "조직위원장이 5명이나 되면서 행정력과 책임이 분산됐다"라는 문제도 이번 대회의 부족한 점으로 거론됐습니다.

2022년 7월엔 개최를 2주 앞둔 상황에서 '프레잼버리'가 취소됐던 바, 당시 조직위와 전북도는 '코로나19 재확산'을 취소 이유로 들었으나 "기반시설이 미비했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SBS

"예산 집행의 실패"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 등 주최 측의 2023 새만금 세계 잼버리 총 사업비는 1,171억여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이는 2015년 일본 세계 잼버리 예산 380억 원보다 3배가 많고 1991년 고성 세계 잼버리 예산 98억 원의 10배가 넘는 수준, 여기서 이번 대회 예산 중 조직위원회 인건비 등 운영비로만 740억 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습니다.

반면 잼버리 행사에 필수적인 기반 시설에는 235억 원, 야영장에는 129억 원, 직소천 활동장에는 36억 원, 대집회장에는 30억 원 등이 투입돼 조직위 운영비에 한참 못 미치는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정치인·공무원의 ‘도덕적 해이’가 자초했다

인스타그램

한편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대원들이 행사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잼버리 행사가 관광 행사로 바뀌고 있는 실정, 2년이 넘는 준비 기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잼버리 주무부처 여성가족부는 운영 미숙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대회를 1년 앞둔 2022년 9월 21일 김현숙 장관이 현장을 찾아 대회 운영 준비상황 전반을 점검한 뒤, 여가부는 "기반 시설, 야영 시설 등 공사가 정상 진행 중이며 여름철 재난과 감염병 및 안전사고 대책도 계속 보완·점검한다"라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문제 제기는 계속됐습니다.

2022년 10월 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원택 민주당 의원이 "대회장에 폭염, 배수, 방충 우려가 크다"라며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자 김 장관은 "대책을 다 세우고 보고드리겠다.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라고 답했으나, 그럼에도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폭염, 덩굴터널 등 피서 공간 조성 지연으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면서 운영 차질을 빚었습니다.

MBC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국내에서 후보지로 선정된 지 8년이란 시간 동안, 실질적인 준비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문제를 들여다봤습니다.

김성수 교수는 "정치인과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가 지금의 망신 대회를 자초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만금 잼버리에 투입된 예산 1,000억 원이 그간 어떻게 쓰였는지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MBC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도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각 부처가 이번 대회에서 제각기로 운영됐다"라며 입을 열었습니다.

김태윤 교수는 "공동위원장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소통과 조율했는지가 중요한 문제인데, 공동 협업 정신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 정부의 협업체계 난립상이 확연히 드러난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김태윤 교수는 "예산 집행의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있다. 잼버리를 개최한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적절히 쓰는 부분이 확연히 부족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